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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아라비아 상인들이 교역품을 싣고 오가던 실크로드를, 그때나 지금이나 이동수단인 낙타 등에 올라 타박타닥 걷는 느낌은 어떨까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이라는 사포터우(沙坡頭)의 광활한 금빛 모래벌판 위를 사막 트레킹 전용차를 타고 질주하는 기분은 또 어떨까요.
거기서 마주친 것은 죄다 이런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들이었습니다. 옛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교역의 중심지였던 곳. 사막과 호수가 공존하고, 만리장성과 황허(黃河)강이 함께 있는 곳. 거기다가 이슬람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 그곳이 중국의 닝샤후이족(寧夏回族) 자치구 성도인 인촨(銀川)시입니다.
인촨이야말로 정반대의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인 땅입니다. 지난 3월 우리나라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가 외국 국적의 항공사로는 처음 취항했습니다. 때묻지 않은 ‘미지의 땅’, 인촨의 이국적인 매력이 이제야 외지인들에게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지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사실 닝샤 자치구는 기후가 온화하고 경치가 아름다워 ‘중국 10대 휴양지’ 가운데 손꼽히는 곳이라는군요.
닝샤 자치구는 주민 630만 명 중에서 이슬람족의 후예인 회족이 3분의 1에 달합니다. 그런 만큼 도처에서 웅장한 이슬람 사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히잡을 두른 무슬림 여성이나 터번을 쓴 남자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이곳이 중국이 아닌 중동 어디쯤의 이슬람 국가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런 이국적인 느낌의 정점이라면 단연 사막지대였습니다. 특히 광대한 사막 바로 옆으로 인류의 문명을 피워낸 황허강이 급물살을 가르며 굽이굽이 흐르는 광경은 신기할 따름입니다. 물은 원래 모래를 쓸어내리기 때문에 서로 모순되는 존재지만, 사포터우에서는 물과 모래가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또 그 아래에는 거대한 샹산(香山) 줄기들을 병풍 삼아 아담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고, 옆으로는 만리장성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사막 가장자리에는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희귀한 장관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입니다. 외국인 관광객과 공안(共安)과 비(雨)가 없는 3무(無)의 땅. 사막과 호수와 이슬람 사원이 많은 3다(多)의 땅. 인촨시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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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대 사막 중 가장 아름답다는 텅거리 사막이 시작되는 사포터우. 한적한 밤엔 사람의 혼을 울리는 모래의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이곳 사막에서 관광객들이 낙타 트레킹을 즐기고 있다. 파란 하늘에 금빛 물결이 춤추는 사막과 낙타 행렬이 한 폭의 그림 같다. |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중국의 숨은 신비의 땅 닝샤후이족 자치구. 만리장성 끝자락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의 하나이자 이슬람교를 믿는 후이족의 고향이다. 이들 후이족은 약 1500년 전인 당나라 때 아랍과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상인과 병사들의 후손이다. 이 지역은 황허강이 가로지르고 있어 풍요롭고, 이슬람 문화와 동양의 정취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곳이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인촨에서는 여행 내내 만나지 못했다. 현지인들이 한국 관광객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과 순박한 미소로 대해 주었던 것도 아마 그때문일 것이다. 통상 관광지에서는 여행자들이 현지인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청하는 법인데, 그곳에서는 정반대였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 것을 알고는 현지인들이 번갈아가면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해 당황스럽기도 했다. 한류의 영향과 국력이 신장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드물게 보는 외국인이 더없이 신기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다른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공안들도 치안이 잘 돼서인지 이곳에선 거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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